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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막걸리 빚기 전에 알아야 할 것

by 시절미식 2026. 6. 14.

막걸리를 빚을 때 쌀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범벅, 죽 구멍떡, 백설기. 같은 쌀이지만 전혀 다른 네 가지 방법입니다.

막걸리 빚기 전에 알아야 할 것
막걸리 빚기 전에 알아야 할 것

 

들어가며 ; 쌀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막걸리 맛을 결정한다.

막걸리를 빚는 과정에서 쌀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 발효에 넣느냐가 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쌀 시리즈에 쌀의 전분 구조를 이야기했는데, 그 전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당화 속도와 발효 결과가 달라집니다. 같은 쌀, 같은 누룩을 써도 범벅으로 만든 막걸리와 백설기로 만든 막걸리는 맛이 다릅니다.

 

공방에서 막걸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한식을 전공하고 주방에서 쌀을 다뤄왔지만, 같은 쌀을 밥으로 짓는 것과 발효용으로 준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관점이었습니다. 쌀을 어떻게 익히느냐가 술의 맛을 설계하는 첫 단계라는 것.

오늘은 막걸리 밑술을 만들 때 네 가지 방법을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밑술이란 본격적인 발효를 시작하기 위해 먼저 만드는 소량의 발효물입니다. 누룩과 쌀, 물을 먼저 섞어 효모와 유산균을 활성화시킨 다음, 본술을 빚을 때 이 밑술을 넣어 발효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갑니다. 밑술의 상태가 좋아야 본술도 잘 됩니다.

 

 

네 가지 방법의 공통점과 차이점

구분 범벅 구멍떡 백설기
재료 쌀가루+끓는물 쌀+물 쌀가루+물 쌀가루+물+소금
조리법 익반죽 끓이기 찌기 찌기
난이도 ★☆☆ ★☆☆ ★★☆ ★★★
맛 특성 구수하고 진함 부드럽고 빠른 발효 복잡하고 깊음 깔끔하고 단맛

 

 

범벅 ; 가장 간단한 방법  처음 도전에 추천

범벅은 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 한 것입니다. 주방에서 경단이나 떡 반죽할 때 쓰는 익반죽 방식과 같습니다. 조리 도구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과정이 단순해서 처음 막걸리 빚는 분에게 가장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만드는 방법

1. 쌀을 깨끗이 씻어 3~5시간 불린 후 물기를 빼고 가루로 빻습니다.

2. 쌀가루에 팔팔 끓는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주걱으로 고르게 섞어 익반죽 합니다.

3. 반죽이 한 덩어리로 뭉쳐질 때까지 섞어줍니다. 너무 되직하거나 질지 않게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4. 완성된 범벅을 25~30도로 식힌 누루고가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듭니다.

 

범벅으로 만든 막걸리는 구수하고 진한 맛이 특정입니다. 전분이 완전히 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발효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화가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 결과 발효 기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깊고 묵직한 맛이 납니다.

 

핵심 포인트 - 끓는 물 온도 유지 / 반죽 농도 조절 / 식힌 후 누룩 넣기

 

 

죽 ; 발효가 빠르고 부드러운 맛  발효 가장 빠름

죽은 쌀을 물에 넣고 끓여 완전히 호화시킨 것입니다. 전분이 완전히 풀어진 상태이기 대문에 누룩의 효소가 당화를 가장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발효 속도가 네 가지 방법 중 가장 빠릅니다.

 

만드는 방법

1. 쌀을 씻어 2~3시간 불린 후 물과 함께 냄비에 넣습니다

2.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저어가며 천천히 끓입니다.

3. 쌀알이 완전히 퍼지고 걸쭉해질 대까지 끓입니다.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완성된 죽을 25~30도로 충분히 식힌 다음 누룩을 넣습니다. 뜨거울 때 누룩을 넣으면 효소가 죽으니 반드시 식혀야 합니다.

 

죽으로 만든 막걸리는 부드럽고 순한 맛이 납니다. 발효가 빠른 만큼 실패할 위험도 낮아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단 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맛이 가볍고 알코올 도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 완전히 호화될 때까지 끓이기 / 충분히 식힌 후 누룩 넣기 /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기

 

 

구멍떡 ; 전통 방식의 대표  전통방식

구멍떡은 쌀가루 반죽을 가운데 구멍을 뚫어 찐 떡입니다. 구멍을 뚫는 이유는 찔 대 안까지 골고루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전통 막걸리 제조에서 가장 많이 쓰이던 방법으로, 고문헌에도 구멍떡을 이용한 술 빚기 기록이 자주 등장합니다.

 

만드는 방법

1. 쌀을 씻어 충분히 불린 후 물기를 빼고 곱게 빻아 쌀가루를 만듭니다.

2. 쌀가루에 소금 약간과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손으로 비벼 수분이 고르게 배게 합니다.

3. 반죽을 둥글 납작하게 빚은 후 가운데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습니다. 구멍이 쪄지면 막히지 않도록 충분히 크게 뚫어야 합니다.

4. 김이 오른 찜기에 올려 20~30분 찝니다. 가운데까지 완전히 익었는지 확인합니다.

5. 25~30도로 식힌 후 손으로 잘게 뜯어 누룩, 물과 함께 버무려 밑술을 만듭니다.

 

구멍떡으로 만든 막걸리는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겉은 익고 덜 익은 부분이 생기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발효 중 다양한 당화 반응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 결과 단맛, 신맛, 구수한 맛이 층층이 쌓인 복잡한 맛이 납니다.

 

핵심 포인트 - 구멍 충분히 크게 뚫기 / 완전히 익혔는지 확인 / 식힌 후 잘게 뜯기

 

 

백설기 ; 깔끔하고 단맛이 풍부  가장 깔끔한 맛

백설기는 쌀가루를 체에 내려 고르게 만든 후 찐 떡입니다. 네 가지 방법 중 준비 과정이 가장 정교합니다. 쌀가루를 체에 내리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지고, 이것이 발효에 영향을 줍니다.

 

만드는 방법

1. 쌀을 씻어 충분히 불린 후 물기를 빼고 곱게 빻습니다. 쌀가루가 고울수록 좋습니다.

2. 쌀가루에 소금 약간을 넣고 손으로 비벼 수분을 고르게 줍니다. 손으로 쥐었을 때 뭉쳤졌다가 건드리면 부서지는 상태가 적당합니다.

3. 준비된 쌀가루를 체에 내려 입자를 고르게 만듭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쪘을 대 질감이 고르지 않습니다.

4. 시루나 찜기에 면포를 깔고 쌀가루를 올린 후 20~30분 찝니다.

5. 다 찐 백설기를 25~30도로 식힌 후 손으로 잘게 뜯어 누룩과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듭니다.

 

백설기로 만든 막걸리는 깔끔하고 단맛이 풍부합니다. 체에 내려 균일해진 쌀가루가 고르게 익으면서 당화가 균일하게 진행됩니다. 잡미가 적고 맛이 선명해 프리미엄 막걸리를 빚을 때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핵심 포인트 - 체에 내리는 과정 생략 금지 / 수분량 정확히 / 고르게 지기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

네 가지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다기보다, 원하는 막걸리의 맛과 본인의 경험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처음 도전한다면

죽 또는 범벅

과정이 단순하고 실패 위험이 낮습니다.
전통 방식이 궁금하다면

구멍떡

고문헌 전통 방식. 복잡한 맛이 납니다.
깔끔하고 단 막걸리를 원한다면

백설기

정교하지만 가장 선명한 맛이 납니다.

 

한식을 전공하고 주방에서 쌀을 다뤄온 입장에서 이 네 가지 방법이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밥을 짓는 것, 죽을 끓이는 것, 떡을 찌는 것. 주방에서 늘 하던 작업들이 막걸리 밑술 만들기와 연결됩니다. 쌀을 어떻게 익히느냐가 밥의 맛을 결정하듯, 막걸리에서도 쌀 처리 방법이 술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쌀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네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이 가장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나요?

A. 어떤 것이 더 맛있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구수하고 진한 맛을 원하면 범벅, 부드럽고 빠른 발효를 원하면 죽, 복잡하고 깊은 전통 맛을 원하면 구멍떡, 깔끔하고 단 맛을 원한다면 백설기가 맞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고, 직접 만들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Q. 쌀가루는 직접 빻아야 하나요?

A. 방앗간에서 빻아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쌀을 씻어 불린 후 방앗간에 가져가면 빻아줍니다. 집에서 블렌더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입자가 고르지 않아 결과물에서 차이가 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쌀가루를 사용하면 더 편리하지만 전통주 전문몰에서 양조용 쌀가루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누룩을 넣을 때 온도가 왜 중요한가요?

A. 17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누룩 속 효소와 미생물은 열에 약합니다. 50도 이상에서는 대부분 사멸합니다. 뜨거운 상태에서 누룩을 넣으면 당화와 발효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25~30도 이하로 식힌 후 누룩을 넣어야 합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손목 안쪽을 대보아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정도면 적당합니다.

 

Q. 집에서도 혼자 도전할 수 있나요?

A. 죽이나 범벅은 집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구멍떡과 백설기는 찜도구가 필요하고 과정이 조금 더 정교해서 공방에서 한 번 배운 후 집에서 시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전통주 전문몰에서 누룩, 발효 용기, 체 등 필요한 도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쌀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합니다.

밥이 디고, 죽이 되고, 떡이 되고, 그것이 다시 술로 변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단양주/이양주/삼양주의 차이, 즉 발효 횟수에 따라 막걸리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