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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누룩이란 무엇인가?

by 시절미식 2026. 6. 5.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핵심재료, 누룩

막걸리를 처음 담그면서 가장 낯선 재료가 누룩이었습니다. 쌀과 물은 익숙했지만 누룩은 달랐습니다. 이것이 막걸리의 맛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17 누룩이란 무엇인가?
17 누룩이란 무엇인가?

 

들어가며 ; 누룩을 처음 만났을 때

처음 누룩을 손에 들었을 대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투박하게 뭉쳐진 덩어리, 특유의 퀴퀴하면서도 묘하게 고소한 냄새, 부스러지는 질감. 주방에서 다뤄온 어떤 재료와도 달랐습니다. '이게 막걸리 맛을 만든다고?' 처음엔 반의 반의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쌀, 같은 물로 누룩만 다르게 해서 막걸리를 담가보니 결과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쪽은 달고 부드러웠고, 다른 쪽은 시큼하고 드라이했습니다. 쌀보다 누룩이 막걸리 맛을 더 많이 결정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16편에서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봤다면, 오늘은 그 과정의 핵심인 누룩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누룩이란 무엇인가?

누룩은 곡물(주로 밀이나 쌀)에 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든 발효제입니다. 누룩 속에는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같은 효소와 효모, 유산균 등 다양한 미생물이 공존합니다. 이 미생물들이 16편에서 설명한 당화와 알코올 발효를 담당합니다.

주재료

밀 또는 쌀

곡물에 곰팡이 배양
핵심 성분

효소 + 효모 + 유산균

세 가지가 함께 작동
역할

당화 + 발효

전분을 술로 바꿈
맛에 미치는 영향

매우 큼

쌀보다 누룩이 좌우

 

누룩을 와인의 효모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포도로 만들어도 효모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지듯, 같은 쌀과 물로 만들어도 누룩에 따라 막걸리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누룩은 막걸리의 개성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누룩의 종류 ; 전통 누룩 VS 입국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누룩은 크게 전통 누룩과 입국으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를 만드는 방식도, 맛에 미치는 영향도 완전히 다릅니다.

 

전통누룩(조곡)  복잡한맛

밀이나 쌀을 빻아 성형한 후 자연환경에서 야생 곰팡이, 효모, 유산균이 자라도록 둔 것입니다. 만드는 데 보통 2~4주 걸립니다.
야생 미생물이 자연스럽게 배양되기 때문에 누룩마다, 계절마다, 만드는 지역마다 품질과 맛이 달라집니다. 이 다양성이 전통 누룩의 매력이자 단점입니다. 전통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는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나지만, 초보자에게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특징 - 야생 발효, 복잡한 맛, 시큼한 향, 결과물 편차 있음
추천 - 전통 막걸리를 재현하고 싶을 때
입국(개량 누룩)  안정적인 맛

쌀에 특정 균쥬(주로 아스퍼질러스 오리재)를 인위적으로 배양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발전한 방식으로 국내 대형 막걸리 공장 대부분이 사용합니다. 균주가 일정하게 관리되어 결과물이 안정적입니다. 전통 누룩에 비해 맛이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처음 막걸리를 담그는 분에게 실패 학률이 낮아 입국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징 - 균일한 품질, 깔끔한 맛, 단맛 위주, 결과물 안정적
추천 - 처음 막걸리를 담글 때
분국(가루 누룩) 편리함

전통 누룩을 곱게 빻아 가루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덩어리 누룩보다 쌀과 섞기 편리하고, 효소가 고루 퍼져 당화 효율이 높습니다/ 전통 누룩의 복잡한 맛을 유지하면서 사용하기 편리한 중간 선택지입니다. 가루 상태라 사용량 조절도 쉽습니다.

특징 - 편리한 사용, 전통 누룩맛 유지, 당화 효율 높음
추천 - 전통 맛을 원하지만 편의성도 필요할 때 

 

누룩 속의 미생물 ; 무엇이 들어있나

누룩이 막걸리 맛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누룩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룩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살아있는 미생물의 집합체입니다.

곰팡이  당화의 주역

아스퍼질러스, 리조푸스 등의 곰팡이가 아밀라아제 효소를 만들어냅니다. 효소가 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합니다.
16편에서 이야기한 당화 과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바로 이 곰팡이의 효소입니다. 곰팡이의 종류에 따라 효소의 활성도가 다르고, 이것이 막걸리의 단맛이 바디감에 영향을 줍니다.
효모  알코올 발효의 주역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애 등의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효모의 종류와 활성도에 따라 알코올 도수와 향이 달라집니다. 발효 중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 효모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모습입니다. 효모가 건강하게 활동할수록 발효가 잘 되고 맛이 풍부해집니다.
유산균  신맛과 보존의 역할

젖산균이 유산(젖산)을 만들어냅니다. 이 유산이 막걸리의 약간 새콤한 맛을 만들고, pH를 낮춰 잡균의 번식을 억제합니다. 막걸리가 어느 정도 보존성을 갖는 이유가 유산균 때문입니다. 유산균이 적으면 맛이 단조롭고, 너무 많으면 지나치게 시큼해 집니다. 세 가지 미생물의 균형이 좋은 막걸리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누룩이 막걸리 맛에 미치는 영향

같은 쌀, 같은 물, 같은 온도에서 담갔는데 누룩만 달랐을 대 막걸리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꽤 극명했습니다.

맛 요소 전통 누룩 입국
단맛 중간, 복잡한 단맛 강하고 깔끔한 닷맛
신맛 상대적으로 강함 약함
복잡하고 진한 누룩향 가볍고 산뜻한 향
바디감 묵직하고 두터움 가볍고 청량함
어울림 전통 안주, 김치, 나물 가벼운 안주, 치킨, 전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통 누룩 막걸리는 깊고 복잡한 맛을 원하는 분에게, 입국 막걸리는 가볍고 청량하게 즐기고 싶은 분에게 맞습니다.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입국으로 만들어집니다.

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프리미엄 막걸리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룩 고르는 법과 보관 방법

냄새와 색으로 판별

; 좋은 전통 누룩은 고소하면서 특유의 누룩 향이 납니다. 너무 퀴퀴하거나 썩은 냄새,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변질된 것입니다. 색은 노르스름하거나 연한 갈색이 정상입니다. 검은색이나 초록색 곰팡이가 피어있다면 잡균이 번식한 것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입국은 흰색 쌀알 형태로 냄새가 거의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건조하고 서늘한 곳

; 누룩은 습기에 매우 민감합니다. 05편에서 쌀 보관법을 이야기했는데, 누룩 보관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밀봉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기가 들어가면 원하지 않는 잡균이 번식할 수 있습니다.

전통 누룩 덩어리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 매달아두거나 서늘한 상온에 보관합니다.

 

 

주방 출신이 본 누룩의 세계

주방에서 일하면서 재료마다 최적의 온도, 시간, 비율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누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룩의 양이 많으면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신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적으면 발효가 더디고 달콤한 막걸리가 됩니다. 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 막걸리 만들기의 묘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누룩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밀로 만들어도 전라도 누룩과 경기도 누룩이 다릅니다. 

그 지역의 기후와 공기 중 미생물이 다르기 대문입니다. 그래서 전국 막걸리 맛이 다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 지역별 막걸리 이야기를 할 대 누룩의 차이가 다시 등장합니다.

 

언젠가 직접 누룩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내가 있는 곳의 공기, 온도, 습도가 담긴 누룩으로 막걸리를 빚는 것. 그것이 진자 나만의 막걸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미래에 공방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누룩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A. 전통주 전문 온라인 쇼핑몰, 막걸리 재료 판매점, 일부 대형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입국은 일반 마트에서도 구하기 쉽고, 전통 누룩은 전통주 전문점이나 온라인에서 구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막걸리 키트를 구매하면 누룩이 포함되어 있어 처음 시작하는 분에게 좋습니다.

 

Q. 누룩 없이 막걸리를 만들 수 있나요?

A. 전통 방식으로는 어렵습니다. 누룩 대신 시판 효모와 별도의 아밀라아제 효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막걸리보다는 다른 스타일의 술에 가까워집니다. 막걸리 특유의 맛과 향은 누룩 속의 다양한 미생물에서 나오기 때문에, 누룩 없이 진정한 막걸리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Q. 누룩 양을 늘리면 막걸리가 더 맛있어지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누룩을 많이 넣으면 당화와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신맛이 강해지고 누룩 특유의 향이 과하게 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적으면 발효가 제대로 안 되거나 맛이 밋밋해집니다. 기본 비율인 쌀 10 : 누룩 1에서 시작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막걸리 누룩과 식혜 엿기름은 같은건가요?

A. 다릅니다. 엿기름은 보리를 발아시켜 만든 것으로, 아밀라아제 효소는 있지만 효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화는 되지만 알코올 발효는 일어나지 않아 식혜처럼 단 음료가 됩니다. 누룩은 곰팡이, 효모, 유산균이 모두 있어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목적과 결과물이 완전히 다릅니다.

 

 

누룩을 알고 나면 막걸리 한 잔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뿌연 액체 안에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것들이 마뎌낸 맛이라는 것. 막걸리를 단순한 술이 아니라 살아있는 음료로 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전국 지역별 막걸리 종류와 맛 차이를 이야기합니다.